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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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날 따뜻한 느낌을 되새기게 하는 시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만이 첫눈을 기다린다>는 구절에서 나는 여전히 사랑을 하고 있는 것
같아 일단은 안도를 하면서...ㅎㅎ
카페의 댓글을 읽고 있노라니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또한 눈이 내리는 날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되는 것 같다.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눈이 내린다>는 구절에선 요즘도
누군가 약속을 하여 만나고, 어긋나고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하얗게 쌓인 눈 위에 정말로 새의 발자국처럼 찍혀있는 내 발자국을 따라 가마득히
먼곳에서 다가오는 소녀의 환상이 가물거린다.
첫눈 오는 날 만날 것을 기약하진 못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날 순수하던 시절의 감정에
젖어 읊는 한줄의 시를 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어제 눈이 내렸지만 올 겨울 들어 첫눈은 아니다.
얼마전 밤 사이에 첫눈이 내렸다는데 신기루처럼 사라져서 눈으로 확인은 못했으니..
나이가 들어버린 중년이기에,
요즘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는 약속을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데,
예전엔 첫눈 내리면 어느 곳에서 만나자며 다짐을 하는 청춘들이 제법 있었다.
단체 멧세지를 뿌려대느라 통신이 불통되는 요즘 세대에게야 애시당초 가능하지도 않지만,
기대와 설렘으로 무작정 기다리던 열정의 시간이 내게도 있었다.
여하튼 40대 마지막이었던 올 가을도 그렇게 덧없이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은 고요하고 또 쓸쓸합니다
하지만 덧없이 흘려버린 이 시간이 어리석은 내게 뒤늦은 깨달음을 줍니다.
나무와 한몸이던 나뭇잎이 짧은 순간에 이별하는 것을 보면서
삶도 인연도 영원하지 않다는 사실을 일깨웁니다. 눈속에서 살짝 몸을 내민 나무잎은 내게 속삭입니다. 살아 있음이 소중하게 여겨지는 이 순간의 느낌을 다가올 봄날에도 생생하게 간직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봄볕같은 인연에는 더욱 간절할 수 있어서 허허로운 겨울산에서 그런 소망 하나 품어봅니다 사랑하고 용서하며 살자구요. ------------------------------------------------------------------------------------------------- <추신> 지난주에 눈이 내리던 날 써 봤습니다. 추운 겨울에 잘 지내시기를 안부합니다. 사랑합니다. 제 카페 다음에 <사랑하고 용서하고>에 놀러 오세요.
또한 영원하지 않기에 덧없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그리하여 지천에 핀 봄꽃에도 무심하지 않고,
이 추운 계절이 결코 헛된 시간이 아니었다 당당하게 말하고 싶습니다.